여기 음(音)과 저기 음(音)이 만나는 지점
듣는다. 소리 하아나, 소리 두우울, 소리 세에엣, 소리 네에엣.
예정되어 있지 않았던 지도를 따라 소리의 여정은 동시에 따로/함께 한다.
그 곳이 어디든, 정확히는 내가 있는 그 어디든.
몇 달 전 버스 안에서, 만남의 형태를 형성하고 조율하는 소리적 연대를 신비에 가까운 체험을 한 적이 있다.
[ 버스 안, 자주 듣곤 하는 팟캐스트 방송 말미에 잔잔하게 등장하는 에필로그 음악이 이어폰에서 흘러나온다.
매번 들어왔던 음율과 같지만, 무엇인가 조금은 다르다는것을 순간 알아챈다. 바로 여기 지금, 버스 안은 조용하다.
반복적 리듬을 타는 미세한 버스 기계 장치음과 버스 안의 묵직한 공기에 가볍게 깔린 환경소음은 이어폰에서 흘러
나오는 에필로그 음악과 완벽하게 만나 포개져 하나의 또 다른 음악으로 변조된다 ]
소리들은 여러 갈래로 만나 서로 다른 위치의 소실점들을 만들어 누락되었다가 다시 합류한다. 소리들은 딱 서로 같은
크기, 높이, 음색으로 중첩된다. 정확히 지워지다가 사라지고는 원경과 중경, 근경을 몰락시키는 소리 풍경 공간을 만든다.
그리고 시간은 새로운 흐름새로 이동한다.
우리가 완벽하고 정확하게 만날때 변질되고, 여기, 저기는 그렇게 만나고 이별한다.
-김온
공동의 리듬, 공동의 몸_카다로그, 일민미술관,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