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nicAphonic
2020.06.09-06.28
Gallery Chosun
<PhonicAphonic 포닉아포닠> Solo Exhibition view,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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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음되어지는 말과 발음되어지지 않는 말이 있다. 문자는 발음되는 말과 합을 이루며 소통의 한 방편으로 존재한다.
소리되어지지 않는 말은 문자라는 몸체를 가지고 있지만 추방당한 것과 다름없이, 좌표없이 떠도는 이방인으로 목소리
를 상실했다. 소리되어지는 말과 소리가 되어 지지 않는 말 사이에, 그 언저리에 몸체를 가진 글자는 있으나 발화 될 수 없
고, 발화 될 수 있으나 몸체가 없는 언어가, 글자가, 소리가 부유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PhonicAphonic>은 Phonic
과 Aphonic 두 단어를 단일화한 전시명이다. Phonic과 Aphonic은 각각 음 (소리, 음성)과 무음을 말하며 또한, Phonic은 소
리를 발생시키는 장치를 지칭하기도 한다.
<PhonicAphonic>은 작동하는 물리적 언어와 작동하지 않는 추상적 언어의 메커니즘에 주목하여 조형적으로 점유된 기능
(function occupée)을 마련한다. 문헌적 계보에 존재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읽을 수 없는 글자, 역할과 기능을 부여받지 못
한 글자, 기록되지 않으며 발화되지 않는 글자들은 오류로 나타났다가 금새 유령처럼, 신기루처럼 사라진다. 언어의 몸체
와 의미가 철수되어버린 문자를 텍스트로, 그리고 소리내어 읽기라는 리딩으로 청각적 순환과 비물질적이며 비의도적
인 소리적 확산과, 계획된 소리적 분배에 동참시킨다.
텍스트와 여백이라는 책 안 풍경의 표면은 일련의 배치로 결합된 이미지로 양립 가능한 위치에서 충분히 서로를 이해시킨
다. 면, 지면, 표면은 소리 발생의 단서가 되기도 하며 그 표면에서 텍스트, 문자, 말의 가능태 발현을 불연속적으로 소리내
어 읽기로 점진시킨다. 그것은 말을 더듬거나, 예측 할 수 없는 쉼표를 불시에 이루어내거나, 말 할 수 없음으로 형상을 만
들거나, 면밀한 평면의 세계에 손으로 더듬거리거나 눈으로 응시하면서 무한 차원을 대면한다. 시간성이 소거된 텍스트
는 발화되면서, 텍스트의 시간을 재생하고 리듬을 창출한다. 소리와 언어의 외형을 구성하는 시각적 텍스트와 그들의 지지
체인 종이 표면은 응시의 능동적 기능, 시선 추적 (eye tracking)과 귀로 들리는 윤곽˚으로 이행되는 새로운 감각의 소속
을 제안한다.
김온